‘중고차 낚시질’ 속지 마세요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입력 : 2012-04-17 21:52:59수정 : 2012-04-20 14:21:39

ㆍ허위 가격 ‘미끼 매물’ 인터넷에 올려놓고 찾아가면 바가지

중고차시장에 각종 탈·불법이 판을 친다는 제보를 받고 기자가 손님을 가장해 중고차시장을 직접 찾았다.

지난 10일 한 중고차매매 인터넷 사이트에서 차 값이 270만원이라고 돼 있는 2010년식 경차를 골랐다. 이 차를 사기 위해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판매상에게 전화를 걸었다.

판매상은 ‘신차 가격은 1000만원이 넘는데 너무 싼 거 아니냐’고 묻자 “물건을 떼올 때 대량으로 가져왔기 때문에 저렴하다. 지금 오면 바로 차를 살 수 있다”고 했다. 판매상의 안내를 받아 인천시내 한 중고차매매단지에 도착했지만 해당 매물은 없었다. 판매상은 갑자기 말을 바꿔 “매물이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비가 와서 (찾아가려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격도 달랐다. 판매상은 “중고차매매 사이트에 게재된 가격은 할부금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270만원은 선납금이고 600만원 정도를 할부로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 “할부금 포함 안됐다” “저렴한 매물 팔렸다”
다른 차 유도 덤터기

기자가 ‘대량으로 떼온 차라서 싸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판매상은 “광고는 아르바이트를 시켜서 올리기 때문에 할부가를 표시하지 못했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계속해서 ‘할부금이 있으면 홈페이지에 관련 내역을 써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판매상은 “솔직히 한명이라도 더 손님을 끌기 위해 편법으로 할부금을 뺀 가격을 표시했다”고 실토했다.

판매상은 다시 매매단지 한쪽에 마련된 사무실로 기자를 안내했다. 그는 중고차매매조합에서 사용하는 매물관리 프로그램을 보여주며 “여기에 있는 차들은 다 진짜다. 여기서 차를 고르면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보고 온 차의 진짜 가격이 얼마인지 프로그램에서 찾아달라’고 요구하자 “차주에게 판매 위탁을 받은 차량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에서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중고차 매매업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차량은 이미 판매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중고차매매 업자는 “이미 팔려나간 차를 허위로 값싸게 등록해놓고 미끼상품으로 사용한 것”이라며 “중고차업계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수법”이라고 말했다.

중고차시장에 허위매물과 미끼매물이 판치고 있다.

최근 다른 딜러의 매물정보를 도용해 싼값의 중고차를 인터넷에 올린 뒤 손님이 찾아오면 엉뚱한 핑계를 대고 다른 차를 소개하는 수법도 유행하고 있다.

취재진은 이날 다른 중고차매매 사이트에서 2010년식 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골랐다. 가격은 시세의 절반 수준인 1140만원으로 표시돼 있었다. 판매상은 “지금 바로 차를 볼 수 있으니 오라”고 말했다.

경기 부천에 있는 중고차매매단지를 찾아갔지만 판매상의 말이 달라졌다. 판매상은 “이 차는 침수 이력이 있어서 지금 공업사에 들어가 있다. 침수차는 거래가 불가능해서 지금은 매물을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 전 전화통화에서는 왜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다른 사람이 전화를 받아서 잘못 말한 것”이라며 둘러댔다.

하지만 국산 SUV의 소재를 확인한 결과 부천시가 아니라 안산시에 있는 한 중고차상사가 소유한 매물이었다. 매물을 갖고 있는 판매상이 제시한 가격은 두 배가 넘는 2290만원이었다. 광고를 올린 가짜 판매상이 남의 매물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해 미끼상품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매물을 보여줄 수 없었던 것이다.

지난해 중고차시장 거래규모는 처음으로 신차 거래의 두 배를 넘어섰다. 그러나 중고차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이면에는 각종 탈·불법이 판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6월 중고차 구입 경험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6%의 응답자가 허위·미끼매물로 인한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중고차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자동차시장은 선진국형으로 진입했지만 시장을 건전하게 만들어야 할 시스템은 후진국형”이라며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중고차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공유해요

이 기사 어땠나요?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