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수술’받는 미군 전투기

부산 |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입력 : 2013-04-28 12:04:54수정 : 2013-04-28 23:07:15

ㆍ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테크센터 가보니

지난 26일 부산 강서구 대저2동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테크센터. 주일미군 공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복좌형(조종석이 두 개) 전투기 F-15D 한 대가 ‘내장’을 드러낸 채 흉물스럽게 놓여 있다. 1만500여개의 노후 전선이 기체 밖으로 드러나 있어 폐기 직전인 듯하다. 그러나 이 전투기는 아직까지 미 공군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다. 디지털비디오 기록 장치, 데이터 수집 장비와 비행 데이터 기록 장비 업그레이드를 위해 분해된 것이다. 6개월 동안 이뤄지는 성능 개량 작업이 끝나면 일본 가데나 기지로 돌아가 다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전투기는 사고로 산산조각났을 때도 조종사의 생사 여부 못지 않게 기체 잔해 수거가 중요할 정도로 기술보안을 생명처럼 여긴다. 각종 첨단 군사장치와 군 비밀이 전투기와 데이터 수집 장비 등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전투기 운영국가나 제작사는 정비작업도 기술력과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선뜻 외국 회사에 맡기지 않는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테크센터는 F-15D, F-16, A-10 등 미국 전투기와 폭격기, F-16E 같은 국내 군용기에 대한 정비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현역에서 활동하는 기종들이다.

대한항공 엔지니어가 지난 26일 부산 강서구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테크센터에서 미국 공군의 F-15D 전투기 배선 교체작업을 하고 있다. | 대한항공 제공


▲ 35년간 군용기 3500대 우리 기술로 개량·정비
아·태 최대 기지로 성장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1978년 군용기 정비사업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3500여대를 정비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대 군용기 정비기지로 성장했다. 대한항공은 국내 1위의 여객 및 화물 운송사이지만 항공기 제작·정비 기술력도 수십년 동안 꾸준히 키워 온 셈이다.

이영환 사업관리팀 부장은 “미 공군에서 정기 정비계획을 발표하면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이스라엘, 호주 등 5개국 업체와 치열한 입찰 경쟁을 펼친다”며 “지리적으로 가깝거나 우방국이라는 이유로는 사업을 따낼 수 없는 게 군용기 정비 시장”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테크센터는 민항기 구조물 제작과 정비 작업도 한다. 유럽 에어버스사의 ‘샤크렛’이 대표적이다. 샤크렛은 폭 1.6m, 길이 3.3m 크기의 ‘L’자 형 날개 구조물로, 여객기 양쪽 날개 아래에 장착돼 3.5~4.0%의 연료절감 효과를 낸다. 대한항공은 2010년 5월 일본,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업체를 제치고 A320 여객기의 샤크렛 제작 사업을 수주했다. 현재 하루 2대, 월 32대의 샤크렛 양산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오는 6월 이후에는 월간 생산량을 50대까지 늘린다.

여객기 디자인을 책임지는 도색공장도 대한항공 테크센터가 자랑하는 곳이다. 항공기 도색은 기존에 칠해져 있던 페인트를 벗겨내고 새 디자인을 입히는 작업이다.

보잉사의 B747 여객기는 페인트만 400㎏, 자재비는 1억원이 들어간다. 과산화수소로 기존 도장을 제거하고 동체 부식 방지 처리, 기본 색칠, 로고 작업 등을 하는 데에 8~10일 정도가 걸린다. 최대 35명의 전문가들이 붙어야 납기일을 맞출 수 있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결합된 항공기라도 도장 작업만큼은 거의 100%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테크센터 612번 건물에서는 지금까지 미국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사 여객기 25대 등 모두 372대가 새 옷을 입는 등 대한항공을 포함해 23개 외국 항공사 여객기가 거쳐 갔다. 오는 30일부터는 대한항공이 체코항공에 임대해 주는 A330 여객기의 도장이 진행될 예정이다.

함명래 항공우주사업본부 부본부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0%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성장세가 가파르다”며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7300억원으로, 100여명 이상의 개발인력도 신규 채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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